안녕하세요, 베트남에서 45세 조기 은퇴를 준비 중인 30대 개미입니다.
호치민에서 카페를 고를 때 저희 부부의 첫 번째 기준은 늘 하나입니다. "아기랑 같이 들어가도 눈치 안 보일 만큼 넓은가."
아이가 있으면 카페 선택의 결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좁고 예쁜 감성 카페는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유모차가 통로에 걸리고, 아기가 조금만 소리를 내도 주변이 조용하면 마음이 불편해지니까요. 그래서 이번에도 지도에서 '넓은 카페' 위주로 검색하다가 1군에서 찾은 곳이 바로 The Running Bean(러닝빈) 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기 동반으로도 노트북 작업으로도 디저트만 먹으러 가기에도 다 괜찮았던 카페였습니다.


도착 - 오토바이 사이에 자리 잡은 큰 카페
가게 앞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보이는 건 줄지어 선 오토바이 부대와, 그 뒤로 놓인 야외 파라솔 자리였습니다. 베트남 카페 특유의 풍경이었습니다. 'THE RUNNING BEAN'이라는 큼직한 검정 레터링이 흰 타일 벽에 붙어 있어서 멀리서도 눈에 잘 띄었습니다.
야외 자리도 꽤 많았고, 이날은 날이 흐려서 그런지 밖에도 사람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기가 있으면 답은 정해져 있죠. 무조건 실내, 무조건 에어컨입니다.

내부 - "여기라면 아기랑 있어도 되겠다"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든 생각은 딱 두 가지였습니다. 넓다. 그리고 시원하다.
이게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호치민에서 카페를 몇 군데 다녀보면, 에어컨을 틀어놨는데도 공간이 애매하게 더운 곳이 종종 있습니다. 문이 자주 열리거나, 천장이 높아 냉기가 안 잡히거나 하는 이유겠죠. 그런데 러닝빈은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제대로 시원했습니다. 아기를 안고 있으면 체온이 두 배라 이 부분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는 합격이었습니다.

천장이 높고 층고가 여유로워서 개방감이 좋았습니다. 원목 톤의 가구, 화이트 벽돌, 둥근 펜던트 조명이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따뜻하면서도 정돈된 분위기였습니다. 노트북을 펴고 작업하는 사람, 친구들과 수다 떠는 사람, 가족 단위 손님까지 다양하게 섞여 있었습니다. 이 "다양하게 섞여 있다"는 게 아기 동반 입장에선 제일 마음 편한 신호입니다. 우리만 튀지 않으니까요.

안쪽 벽에는 메뉴가 카테고리별로 큼직하게 붙어 있었습니다. Specialty Coffee, Cold Brew, Vietnamese Coffee, Tea, Matcha, Juice & Smoothie까지. 메뉴 종류가 상당히 넓어서 커피를 안 마시는 일행이 있어도 고를 게 많았습니다.

메뉴 - 선택지가 많아서 고민되는 즐거움
러닝빈은 메뉴판이 두꺼운 책처럼 되어 있어서 넘겨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커피는 스페셜티(V60, 케멕스, 에어로프레스 등 원두와 추출 방식을 직접 고르는 방식)부터 베트남식 연유 커피, 에그 커피, TRB 하우스빈 시그니처까지 폭이 넓었습니다. 원두도 베트남·에티오피아·파나마 중에 고를 수 있어서, 커피에 진심인 분이라면 여기서 시간을 꽤 보내실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커피가 부담스러운 분을 위한 선택지도 충분했습니다. 콤부차, 밀크티, 주스, 스무디, 심지어 맥주와 생수(피지 워터, 산펠레그리노)까지 있었습니다. 아이와 함께라면 상큼한 주스나 스무디 쪽도 좋은 선택입니다.
베이커리 쇼케이스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크루아상, 쿠키, 브라우니, 밀 크레페, 바스크 치즈케이크, 말차 케이크까지 종류가 많았습니다. 갓 구운 크루아상은 매일 나온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크게 마음에 든 점이 있었습니다. 러닝빈은 커피와 디저트만 파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올데이 브런치(에그 베네딕트, 연어 스테이크 퀴노아 볼), 스테이크 프리츠, 오징어 먹물 파스타 같은 제대로 된 식사 메뉴까지 갖춰져 있었습니다.
덕분에 밥을 먹으러 왔다가 그대로 눌러앉아 커피와 디저트까지 이어가는 게 가능합니다. 아이가 있으면 밥집 따로, 카페 따로 옮겨 다니는 게 은근히 큰 일인데, 한자리에서 식사부터 커피까지 해결되니 동선이 확 줄어듭니다. 브런치 겸 카페로 쓰기 딱 좋은 구성이었습니다.
주문한 메뉴와 가격
저희가 주문한 건 세 가지였습니다.

체감상 부산 카페거리에서 커피랑 디저트를 먹는 가격과 거의 비슷했습니다. 베트남이라고 아주 저렴한 건 아니고, 딱 '괜찮은 감성 카페' 값을 합니다. 참고로 메뉴판 가격은 모두 VAT 별도 표기이니, 계산할 때 세금이 붙는 걸 감안하시면 됩니다.
브라우니 - 안 달아서 더 좋았습니다
저는 사실 너무 단 디저트를 별로 안 좋아합니다. 한 입 먹고 물부터 찾게 되는 그런 단맛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 브라우니는 제 입맛에 딱 맞았습니다. 초콜릿은 진한데 과하게 달지 않아서, 위에 얹힌 젤라토와 같이 먹으면 균형이 좋았습니다. 토피 소스가 달달함을 더해주지만 브라우니 자체가 묵직하게 받쳐주니 전체적으로 물리지 않았습니다. 단 걸 싫어하는 분도 무난하게 즐기실 수 있는 디저트라는 게 제 평가입니다.
함께 시킨 크렘 카페와 망고 피치 멀베리 스무디도 비주얼이 좋았습니다. 크림이 소복하게 올라간 크렘 카페는 커피의 쓴맛과 균형이 잘 맞았고, 사진으로 남기기에도 예뻤습니다.
특히 스무디는 상큼한 걸 좋아하는 제 입맛에 제대로 맞았습니다. 달기만 한 스무디가 아니라 과일 본연의 새콤함이 살아 있어서, 진한 브라우니와 번갈아 먹으니 물리지 않고 끝까지 즐길 수 있었습니다. 더운 날 마시기에 그만이었습니다.
정리 - 이런 분께 추천드립니다
🖼️ [사진: Image 15 - 원두/굿즈 판매대 (선택)]
- 아기 동반 / 가족 단위 → 넓고 시원하고, 다양한 손님이 섞여 있어 눈치 볼 일이 적습니다.
- 브런치 겸 카페를 원하는 분 → 식사 메뉴가 갖춰져 있어 밥부터 커피까지 한자리에서 해결됩니다.
- 노트북 작업 / 카공족 → 층고 높고 자리 여유 있고, 콘센트 쓰는 분들도 보였습니다.
- 디저트 좋아하는 분 → 베이커리 종류가 많고, 특히 안 단 디저트를 찾는다면 브라우니를 추천드립니다.
- 커피 마니아 → 원두와 추출 방식을 고르는 스페셜티 메뉴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반대로, 아주 저렴하게 로컬 감성으로 즐기고 싶은 분께는 가격이 조금 있는 편이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공간·퀄리티·접근성을 생각하면 값어치는 충분히 한다고 느꼈습니다.
호치민 1군에서 넓고 쾌적한 카페를 찾으신다면, 특히 아이와 함께라면, 러닝빈은 안심하고 가실 수 있는 선택지입니다.
혹시 호치민 1군에서 아기 데리고 갈 만한 다른 카페 아시는 분 계시면 댓글로 공유해 주세요. 다음 목적지 찾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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